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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방을 찾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박진우 걸음걸이는 확실히 아니었고 아마도 하인이었을 것이다. 박지훈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욕실 쪽으로 향했다. 가볍게 발로 문을 닫자 이 공간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박지훈은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히더니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미묘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진우랑 이 칸에서 해본 적 있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든 성유리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성유리가 계속 침묵하자 박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한 적 있나 보네...” 성유리는 과거를 떠올리기 싫었다. “몇 년도 더 된 일이라 기억도 안 나요.”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아니면 말하기 싫은 거야?” 박지훈은 강렬하고도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는 목소리로 성유리를 완전히 휘감았다. 성유리의 다리는 세면대 양옆으로 늘어뜨려져 있었다. 박지훈의 허리는 세면대 가장자리에 닿아 있었고 두 손은 성유리의 등을 감싸고 있었다. 성유리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지 않자 박지훈이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네 과거 기억을 하나씩 덮어줄게.” 성유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눈에는 탐욕의 빛이 가득했다. 순간 갑자기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을 덮었다. 움찔한 성유리는 세면대에 놓인 손을 꽉 움켜쥐며 주먹을 쥐었다. 심장은 목구멍까지 치솟는 듯했다. 박지훈은 성유리의 이를 헤치며 더 깊이 파고들려 했다. “유리야, 안에 있니?” “유리야...” 문밖에서 들리는 진은주의 목소리에 성유리는 심장이 다시금 멎는 듯했다. 진은주가 왜 갑자기 온 거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남자의 가슴을 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진우 어머니가 문밖에 있어요.” “뭐가 두려워? 난 오히려 들키길 바랐는데.” 극도로 낮은 남자의 목소리에는 강렬하고도 위협적인 느낌이 서려 있었다. 긴장한 성유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박지훈이 갑자기 그녀의 하얀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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