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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성유리와 박진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한 사람의 모습이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 ‘박지훈이 왜 갑자기 돌아온 거지?’ “작은 아버지, 제가 조금 흥분해서...” 무의식적으로 성유리를 가두고 있던 손을 내려놓은 박진우는 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박진우를 흘끗 본 뒤 성유리 쪽으로 시선을 돌린 박지훈은 정확히 성유리와 시선을 마주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려 박진우를 바라보았다. “너희들 방금 싸운 거야?” 말을 하려던 박진우가 멈칫했다. 성유리는 박진우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냥 의견 차이였어요.” “의견 차이? 할아버지가 우리 이혼을 반대하면서 계속 우리를 붙이려고 하잖아. 오늘 네가 온다고 나에게도 아이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네가 여기 있을 줄 알았더라면...” “두 사람이 여기 올 줄 알았으면 나도 절대 오지 않았을 거예요.” 박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가 말을 가로챘다. “성유리, 나를 이렇게까지 망신 줘야 속이 시원해?” “진우 씨가 먼저 나를 망신 주지 않았나요?”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한마디 한 성유리는 눈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너도...” 박진우가 더 말하려 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말이 끊겼다. “식사 준비 다 됐습니다.” 세 사람이 소리를 듣고 부엌 쪽을 바라보았다. 가정부가 음식 준비를 마치고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박지훈이 가장 먼저 시선을 돌려 그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왕 온 김에 오늘 저녁은 여기서 먹어. 할아버지 앞에서 계속 다투지 말고. 노인네 건강이 안 좋은 건 다들 알잖아.” 말을 마친 박지훈은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으나 경고가 담긴 눈빛으로 박진우를 스쳤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부르러 갈게요.” 성유리가 박지훈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박지훈이 몸을 살짝 비키며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박지훈의 곁을 지나갈 때 어깨와 팔이 살짝 스치면서 남자에게서 나는 은은한 향기를 맡았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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