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저녁이 되어서야 성유리는 할아버지의 의도를 이해했다.
“유리야, 많이 취했으니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가라. 진우와 한방에서 자, 아이는 내가 재울게...”
온화한 표정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는 박철용은 그들을 화해시키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성유리는 곁에 있는 남자를 흘끗 본 뒤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박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 오늘 밤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가야 해요.”
“무슨 일이 아내보다 더 중요해? 오늘 밤은 어디도 가지 말고 유리를 돌봐. 저렇게 취했는데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해?”
고개를 들어 박철용을 바라보던 성유리는 의도치 않게 그 옆에 있는 박지훈을 보았다.
소파에 기대어 있는 박지훈은 팔꿈치를 의자 팔걸이에 올려놓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유리는 시선을 돌려 박철용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저 혼자 잘 수 있어요. 게스트룸에서 자면 돼요.”
말을 마친 뒤 비틀거리며 일어나 2층으로 가려 했다.
“진우야, 빨리 따라가 봐.”
박철용의 목소리에 박진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할아버지를 거역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성유리를 따라갔다.
뒤에서 누군가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으며 그들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훈아, 오늘 운전기사 데리고 왔니?”
시선을 돌려 아버지를 바라본 박지훈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손자 부부는 묵게 하고 나는 쫓아내는 거예요?”
“그런 뜻이 아니잖아. 너도 알다시피...”
가까이 다가온 박철용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방은 진우 방 바로 옆이잖아. 부부가 오랜만에 만났는데 혹시라도...”
이후의 말은 굳이 하지 않았지만 똑똑한 박지훈이 아버지의 말뜻을 모를 리 없었다.
박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버지의 속셈, 별 효과 없을 겁니다.”
박지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박철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박지훈은 이미 2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었다.
2층에 도착한 박지훈은 박진우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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