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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박지훈이 손을 뻗어 방문을 열더니 성유리를 안으로 데려갔다. 정신을 차린 성유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박지훈은 이상하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박지훈 씨, 우리가 같이 자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제발 날 힘들게 하지 말아주세요.” 성유리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박지훈의 손에서 벗어났다. 손이 텅 빈 박지훈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성유리, 무슨 소리야? 내가 너를 힘들게 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같이 잘 수 없어요...” 사실 성유리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도저히마 음속의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오늘 밤 일로 박지훈이 정말로 배가은을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진우와의 이혼 절차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더욱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기억상실이라도 된 거야? 우리 둘 이미...” 관계를 가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성유리가 박지훈의 말을 끊었다. “박지훈 씨, 지난번은 내가 취해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정신이 또렷해요. 제 뜻 존중해주세요.” 말을 마친 성유리는 재빨리 몸을 돌려 게스트 룸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박지훈이 다시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말했다. “같이 자지 않더라도 같은 방에 있는 건 괜찮잖아?”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 박지훈을 바라본 성유리는 그의 눈빛에서 감정을 억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성유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방 안에 침대가 하나뿐인데 둘이 어떻게 자요?” 박지훈이 그녀의 손을 놓고 소파를 가리키자 성유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나더러 소파에서 자라고 하는 건 아니죠?” 박지훈이 잠시 멈칫한 후 말을 이었다. “날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여자인 너더러 소파에서 자라고 하겠어?” 박지훈이 직접 소파로 가 앉으며 말했다. “오늘 밤엔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넌 침대에서 자.” “박지훈 씨,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옆에 방이 얼마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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