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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 위를 살짝 스쳤다. “요즘 정말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 했어. 프로젝트에 자꾸 문제가 생겨서 내가 현장에 안 가면 큰일 날 뻔했어.” 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녀의 귓가에 닿을 때는 깃털이 마음을 스치는 것 같아 간지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훈 씨의 일이니 저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요.” “알았으니 화 풀어.” 박지훈이 다가오자 그녀는 그의 몸에서 은은한 나무 향과 술 냄새가 살짝 섞인 향기가 코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성유리는 기분이 점차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박지훈은 그녀의 옆에 앉아 있다가 차가 반쯤 갔을 때 갑자기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깊게 잠들었다. 술기운이 오른 모양이었는데 숨소리도 유달리 무거워졌다. 집에 도착한 후 정영준의 도움으로 박지훈을 간신히 방까지 데려왔다. 정영준이 떠나자 방 안은 순식간에 고요에 잠겼다. 성유리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며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잘생긴 그의 눈썹과 눈매를 바라보며 묘한 두근거림이 가슴 속에서 일었다. 이런 느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다. 심지어 박진우를 깊이 사랑했던 때조차 이런 심장의 동요는 없었는데... 그때 침대 위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떴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멈칫하며 눈에 놀라움이 가득하였다. “어떻게 갑자기 깨어난 거예요?” “내가 안 깨어났으면 한밤중까지 계속 쳐다볼 작정이었어?”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등을 곧게 펴 의자에 기대앉아 목소리를 낮췄다. “그럴 리가요. 그냥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는지 보려고 했을 뿐이에요.” “성유리 씨의 의술이 그렇게나 대단해졌어? 육안으로도 내가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볼 수 있다니.” 박지훈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순간 당황한 성유리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박지훈이 손을 뻗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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