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화
늦가을이 다가오며 스치는 바람 속에는 옅은 서늘함이 묻어 있었다.
성유리는 막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다 환자를 배웅하던 진무열이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유리 누나.”
성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왜요?”
“박지훈 씨가 오셨어요. 지금 대기 구역에 계세요...”
진무열이 다가오며 목소리를 낮췄고 그 말을 들은 성유리의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박지훈 씨가 여기에 왜 온 거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유리는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진무열도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대기 구역을 흘끗 바라보니 그곳에는 그만 홀로 앉아 있었다.
남자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보고 있었지만 발소리가 들리자 곧장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맞닿은 순간, 공기마저 잠시 멈춘 듯했다.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피하고는 재빨리 휴게실로 가서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다시 진료 구역 쪽을 보았을 땐 박지훈이 앉고 있던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왼쪽 진료 책상 쪽에서 남자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찾고 있었어?”
가운 주머니 속에 넣어둔 성유리의 손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고 이미 박지훈한테 들킨 듯했지만 굳이 인정하진 않았다.
그녀는 무심한 눈길로 그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예요?”
“머리가 아파서 진료 좀 받으려고.”
성유리는 박지훈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았지만 겉보기에 그는 멀쩡했고 전혀 아픈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계산대 쪽을 바라봤다.
“무열 씨, 이 분 몸이 안 좋다니까 와서 봐 주세요.”
‘이 분이라...’
그 말에 박지훈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낯설어진 걸까.’
한쪽에서 구경만 하던 진무열은 자신이 갑자기 불린 게 의외였는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박지훈이 먼저 나섰다.
“난 너한테만 진료받고 싶어.”
“우리 병원 의사들은 실력은 다 비슷해요. 굳이 가릴 필요 없죠. 마음에 안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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