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화
늦가을의 공기가 서서히 내려앉는 듯 성유리는 박지훈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진무열 이 녀석은 의외로 눈치가 빠르네...’
결국 성유리는 진료 책상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박지훈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가더니 곧 자기 손을 그 위에 포개었다.
그 손을 내려다보는 성유리의 가슴속에는 묘한 감정이 스쳤다.
성유리는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박지훈과 손이 맞닿았지만 이렇게까지 손을 대기 망설여진 적은 없었다.
“내 손에 바늘이라도 돋았어? 왜 이렇게 못 잡는 거야?”
박지훈의 살짝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성유리는 그를 짧게 노려보다 결국 손을 뻗어 그의 맥 위에 올렸다.
차가운 손끝이 그의 따뜻한 피부에 닿자 성유리는 이유 없이 심장이 빨라졌다.
그러나 곧 머릿속에 그 여자가 박지훈의 얼굴에 입을 맞추던 장면이 떠올랐고 빠른 심장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아니, 그냥 차라리 모든 게 식어버린 듯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치 실연이라도 한 것처럼 여전히 설명하기 힘든 쓰라림이 밀려왔다.
그가 한참 말을 하지 않자 박지훈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안 물어봐?”
“뭘요?”
성유리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보통 한의사는 맥 보면서 이것저것 묻잖아. 요즘 잠은 어떤지, 기분은 어떤지, 밥은 잘 먹는지...”
성유리는 박지훈을 다시 한번 노려봤지만 말없이 맥만 짚었다.
박지훈은 그녀가 계속 말할 생각이 없는 걸 보자 스스로 입을 열었다.
“나 요즘 별로야. 그날 이후로 밥맛도 없고, 잠도 못 자고, 머릿속에는 온통...”
하지만 너뿐이라는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박지훈 씨, 진맥 중에는 말하는 거 아니에요.”
성유리의 단호한 목소리에 그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
맥을 다 짚은 성유리는 재빨리 종이를 꺼내 몇 줄을 적으며 말했다.
“두통은 밤에 잠을 못 자서 생긴 거예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을 줄 테니 집에 가서 제때 드세요.”
“난 약 달일 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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