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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성유리는 다시 시선을 들어 차갑게 말했다. “박지훈 씨, 저 집에 가서 저녁 먹어야 하니까 이제 놔주세요.” “그 남자는 아직도 강주시로 안 돌아갔어? 도대체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야?” 박지훈은 문을 짚고 있던 손을 거두며 묵직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성유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원래는 열흘 정도 머물다 돌아가려던 선배였지만 친구 아버지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체류 기간이 길어진 것이었다. 그러니 정확히 얼마나 있을지는 성유리도 알 수 없었다. “혹시 윈드 타워에 아예 눌러앉으려는 거 아니야? 강주시로 안 돌아가고?” 성유리는 박지훈의 시선 때문에 잠시 장난기가 스쳤다. “선배가 계속 윈드 타워에 산다 해도 어쩌죠? 어차피 거긴 제 집이지 박지훈 씨 집이 아니잖아요. 박지훈 씨는 손이 그렇게까지 길진 않겠죠?” 박지훈은 말이 막힌 듯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성유리는 문손잡이를 잡고 약상자를 챙긴 뒤 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박지훈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력감이 가슴속 깊이 퍼져나가 쉽게 가시질 않았다. ‘혹시 정말 그 남자와 무슨 애매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금요일 저녁. 박진우가 갑자기 성유리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아주머니가 일이 생겨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하니 성유리가 대신 데려오라는 거였다. 하지만 성유리는 중요한 환자를 진료해야 해서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었고 박진우보고 직접 데려가라고 했다. 성유리가 전화를 끊을 때는 단호했고 여지 따윈 전혀 없었다. 아마 그 일로 기분이 상했는지 밤 여덟 시쯤 박진우는 헐레벌떡 윈드 타워로 찾아왔다. 마침 방건우가 송아림과 함께 문 앞에서 제기를 차고 있었는데 그의 잔뜩 화난 얼굴을 보자 재빨리 손을 들어 막아섰다. “박 대표님,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박진우는 고개를 들고 눈앞의 방건우를 보자 표정이 단번에 싸늘해졌다. 며칠 전 의원 앞에서 봤던 그 남자였다.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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