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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성유리가 고개를 돌리자 배가은이 자기 팔을 움켜쥔 손이 눈에 들어왔다. “놓으세요.” 성유리의 목소리는 한층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 일은 제가 직접 확인해 볼 거예요. 만약 지훈이 옆에 있는 여자가 정말 유리 씨였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요.” 배가은은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성유리는 주저 없이 그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시간 없다고 했잖아요. 이런 일로 저를 붙잡고 있을 거면 차라리 다른 일이나 하세요.” 차갑게 노려본 뒤 성유리는 곧장 병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배가은은 분노로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고 치맛자락 옆으로 늘어뜨린 두 손은 힘이 잔뜩 들어가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성유리는 돌아오자마자 다시 일에 몰두했다. 오늘 업무량은 유난히 많아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퇴근 전, 성유리는 잠시 휴게실로 들렀는데 문을 열자마자 안에 쌓인 선물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성유리는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다. 이걸 여기에 두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그놈의 박진우가 수시로 들이닥치는 습관이 있었고 만약 이걸 봤다가는 또 괜한 오해를 살 게 뻔했다. 결국에 성유리는 선물을 집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차를 문 앞에 대고 혼자서 하나씩 상자를 옮겨 실었다. 한 번에 다 싣기엔 양이 너무 많았기에 겨우 3분의 1만 옮길 수 있었고 나머지는 내일 다시 가져와야 했다. 집에 도착해 짐을 내리던 중,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진미연과 마주쳤다. “병원에서 무슨 행사가 있어?” 진미연은 호기심에 상자 하나를 열어보더니 안에 든 물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비싼 명품 립스틱을 왜 이렇게 많이 사? 환자를 치료하고 립스틱이라도 하나씩 나눠주는 거야?” 성유리는 분홍색 상자 하나를 건네주며 담담히 말했다. “내가 그렇게 호화롭게 살 사람처럼 보여?” “보여.” 진미연은 진지하게 대답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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