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화

그 말에 재빨리 손에 든 담배를 버린 박지훈은 허리를 곧게 펴고 성유리 곁으로 다가가더니 뼈가 드러날 듯한 손을 내밀어 성유리의 허리를 감싼 뒤 가볍게 돌아 차량 보닛 앞에 그녀를 눕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란 성유리는 온몸을 살짝 떨었다. 고개를 든 순간 마주친 남자의 눈빛에서 전에 없던 위험한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성유리의 허리를 감싼 박지훈의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갔다. 남자는 위험한 기운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내가 오지 않았으면 저 남자와 저녁 먹고 나서 호텔이라도 갈 참이었어?” 그 말에 고개를 든 성유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박지훈이 이런 말을 할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던 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박지훈 씨, 당신 눈에 나는 그냥 아무나랑 쉽게 자는 여자인 거예요?” “원래 그런 쪽으로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너 그날 내가 깨기도 전에 가버렸잖아. 오늘은 남자랑 저녁 먹으러 나왔으면서 여자라고 속이고.” 박지훈이 차갑게 비웃었다. “성유리 씨, 지금 네 행동을 보면 이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어.” 처음으로 박지훈에게 이런 오해를 받은 성유리는 순간 몹시 화가 났다. 최근에서야 그들 사이의 감정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성유리는 박지훈에게 마음을 열어보려고도 했다. 그래서 이혼 절차가 끝나면 바로 박지훈의 구애를 받아들이는 것까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밤 박지훈의 억측과 오해에 마음이 왠지 모르게 차가워졌다. “언제부터 나를 미행한 거예요?” 고개를 든 성유리는 박지훈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숨길 생각이 없는 박지훈은 목소리에 위험한 기운만 점점 더 짙어질 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씨 집안 남자들은 원래 그렇게 미행하는 걸 좋아하는 거예요?” “그 녀석이랑 나를 비교하지 마!” 약간의 분노가 담겨 있는 박지훈의 목소리를 들은 성유리는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밀었다. “이거 놔요.” “오늘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면 놔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