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5화

진무열의 눈에 호기심이 스쳤다. “왜 박진우 씨에게 말하면 안 되는 거죠?” 성유리는 주저 없이 답했다. “이건 나와 박진우 사이의 문제니까요. 다른 어떤 사람도 끼어들길 원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 누구도 연루시키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박진우 씨는 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진무열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지난번에 이렇게 말했을 때 성유리가 화를 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앞으로 나와 박진우 일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요. 그리고 너무 많이 알려고도 하지 말고요.” “네, 알겠습니다.” 성유리의 당부에 진무열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박진우와 이혼을 한다고 해도 평안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성유리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성유리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박진우는 성유리 뒤에 있는 남자를 완전히 캐내기 전까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지훈 역시 매우 강압적인 남자였다. 똑같이 강한 두 사람이 적대하게 된다면, 성유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둘 다 박씨 가문의 남자들이었으니... 그제야 성유리는 방건우가 말했던 ‘위험한 관계’가 정확히 무엇을 말한 건지 알았다. 줄다리기 같은 날들이 시작된 이상, 앞으로 어떤 일들이 성유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박진우가 결코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성유리는 생각을 정리한 후 진료실로 돌아와 진료를 계속했다. 오후 내내 손이 유독 아팠다. 해 질 무렵, 심규찬이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식사를 같이하자고 전화를 건 것이었지만 이야기하다 보니 그녀가 다친 일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다. 그러자 심규찬은 기어코 오겠다고 했다. 이미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상황이라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윈드 타워 주소를 심규찬에게 보냈다. 성유리가 집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익숙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선물 상자 두 봉지를 들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