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박진우는 박강훈의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러 온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양아현이 박강훈을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시간이 있었다.
“아니에요.”
성유리는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여기 온 건 다른 일 때문에요.”
“여긴 학교야. 그것도 강훈이 학교인데... 도대체 무슨 다른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거지?”
박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혹시 또 내 눈 피해서 무슨 이상한 일 벌이는 거 아니야?”
그 말과 함께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움켜쥐었다.
성유리의 팔뚝에 퍼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그녀는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손 놔요.”
그녀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눈빛 역시 얼음처럼 차가웠다.
“뭐죠? 제 인생이 당신들 부자 중심으로만 돌아가야 해요? 나도 내 일이 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강훈이 학교에 왔다고 무조건 강훈이 일 때문에 온 줄 아세요?”
박진우는 그녀의 말에 잠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서늘한 빛이 맺혀 있었다.
그 눈빛은 이제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는 마치 완전히 남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가웠다.
그 순간 성유리는 힘껏 그의 팔을 뿌리치고 뒷걸음질 쳤다.
걸음을 돌려 가려던 찰나 박진우가 다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할아버지 일에 대해서는 아직 나한테 제대로 설명도 안 했잖아.”
그의 말에 성유리는 잠시 멈췄다.
그가 말한 건 그녀의 침술과 의술에 관한 것이었다.
“뭘 설명하라는 건데요? 난 당신 할아버지를 살렸어요. 감사 인사도 못 받을망정 날 의심하러 왔어요?”
“그만 연기해.”
박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내가 직접 병원 주치의한테 물어봤어. 그날은 전문가들도 선뜻 침놓기를 꺼렸는데 넌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행동한 거야?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숨긴 게 아니라 내 실력이 원래 그런 거예요. 당신이 관심 없었을 뿐이죠.”
성유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를 응시했다.
이 남자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감옥에서 겪은 그 모든 모욕과 고통이 생생히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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