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화
약상자를 들고 있던 성유리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박지훈과 배가은이 술집에서 서로 껴안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박진우가 봤다는 걸 들었다.
‘연락이 끊긴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데 배가은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서 연락을 안 했던 건가.’
왠지 모르게 그들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 한편에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분명 배가은과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됐지?’
“성유리 씨, 오셨어요?”
그때 낮은 목소리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며 그녀의 생각을 방해했다.
성유리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집사가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인기척에 거실에서 나누던 대화 소리가 순식간에 뚝 끊겼다.
“네, 왔어요.”
성유리는 가볍게 대답한 뒤 약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마자 소파에 앉아 있는 박진우와 진은주가 보였다.
박진우는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빛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할아버지 진찰하는 날인가?”
“네.”
성유리는 간단히 대답한 뒤 곧장 성큼성큼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다.
박진우는 망설임 없이 따라 올라가 할아버지 방 밖을 지키고 있다가 성유리가 진찰을 마칠 때 그녀를 불러 세웠다.
“방금 나랑 어머니 대화 너도 들었지? 작은아버지와 배가은 씨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약상자를 들고 있던 성유리의 손이 멈칫하며 저릿한 가슴 통증이 또다시 온몸에 퍼져나갔다.
마치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조여져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성유리가 가볍게 대꾸했다.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 있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난 너랑 작은아버지가 꽤 가까운 사이라 이런 일은 이미 말했을 줄 알았는데, 몰랐구나? 둘이 이미 만나는 사이 같더라. 네 곁에 있는 그 아이에게도 곧 새엄마가 생기겠어.”
남자의 말투는 차갑고 냉담했으며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도 없이 오로지 무관심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성유리는 그의 말을 듣고 약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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