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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성유리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 채로 잠시 멈춰 섰다. 박지훈이 직접 전화를 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별일 아니면 그가 이렇게까지 계속 전화를 걸 이유가 없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박 대표님...” “할아버지께서 다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셨어. 지금 혹시 시간 괜찮아?”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성유리는 벌떡 일어나 약상자와 침을 챙기고 현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진미연에게 말했다. “급하게 나가야 할 일이 생겼어. 오늘 밤은 집에 못 들어올 수도 있어. 아림이 부탁할게.” “무슨 일이야?” 진미연은 뒤따라오며 물었고 그녀의 표정에는 걱정과 궁금증이 엿보였다. “혹시 또 박 회장님 상태가 안 좋아진 거야?” “응.” 성유리는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렸다. “나 먼저 갈게.” “조심해서 다녀와.” 문이 닫히며 성유리의 뒷모습이 사라졌고 동시에 집 안은 조용해졌다. 성유리가 박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8시가 넘어 있었다. 저택 전체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긴장된 얼굴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유리 씨, 드디어 오셨군요.” 집사장이 급히 뛰어나와 약상자를 들고 들어가는 성유리를 맞이했다. “회장님 상태는 지금 어떤가요?” 성유리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말투는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저녁 식사 중에 갑자기 숨을 못 쉬겠다고 하셔서 병원으로 옮기려 했는데 회장님께서 병원 가기 싫다고 하셨어요. 무조건 유리 씨를 부르라고 하셨고요.” 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안쪽으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거실에 들어서자 박진우와 진은주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둘 다 표정이 무거웠다. 성유리가 들어오는 걸 본 박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잔뜩 화가 났지만 가까스로 참고 있었고 성유리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집사의 안내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박 회장님의 병상 앞에 박지훈이 앉아 있었다. 그는 회장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조심스레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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