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화
지금 이 방엔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할아버지 등 쪽에 부항을 떠야 해요. 피를 조금 빼야 하니까 박 대표님이 할아버지를 잘 지탱해 주세요.”
박 회장님의 눈은 흐릿했고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박지훈은 재빨리 다가가 아버지를 침대에서 부드럽게 일으켰고 능숙하게 셔츠를 벗겨 그의 넓은 등을 드러낸 후 두 손으로 어깨 양쪽을 단단히 받쳐주었다.
성유리는 침과 부항을 꺼내 들고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했다.
그녀가 부항을 준비하던 중에 희고 가느다란 팔이 박지훈의 오른손과 스치듯 닿았다.
피부가 맞닿은 그 순간 은은한 온기가 그의 몸으로 퍼져갔다.
하지만 성유리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사소한 접촉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박지훈의 시선은 그녀의 정갈한 옆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끄러진 한 올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 넘긴 뒤 그녀는 다시 세 번째 부항 자리에 집중했다.
박지훈은 처음으로 그녀가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하얀 천사였다.
그는 한의학에 대해 많이 아는 편은 아니었지만 전에 봐왔던 다른 한의사들과 비교해도 성유리의 솜씨는 훨씬 숙련되고 정확해 보였다.
지압 한 번 하지 않고도 경혈을 정확히 짚어냈고 이내 침이 곧게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10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박 회장님의 상태를 조용히 지켜봤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선홍빛 피가 부항 안으로 스며드는 걸 보고 나서야 성유리는 조용히 숨을 돌렸다.
그러자 박 회장님의 의식도 점차 또렷해졌고 숨결 역시 훨씬 안정되어 갔다.
모든 처치가 끝났을 때 박지훈은 침대 옆에서 시계를 슬쩍 내려다봤다.
치료에 걸린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경성을 통틀어 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정말 손에 꼽힐 것이다.
“할아버지, 좀 괜찮아지셨어요?”
“훨씬 좋아진 것 같아... 이제 숨 쉬는 것도 훨씬 편해졌어.”
박철용은 미소를 머금은 채 성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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