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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방으로 가. 약 발라줄게.” 성유리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열기가 귀밑까지 번져갔다.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바르면 돼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 쉬어요.” “이 늦은 시간에 왔는데 내가 갈 것 같아?”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고 귓가에 바짝 붙어 얘기하는 자세가 제법 야릇했다. 남자의 숨결이 목덜미에 스칠 때마다 마치 전류가 온몸에 감도는 듯 짜릿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성유리는 재빨리 문을 닫았다.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다소 초조해 보였다. “미연이가 집에 있어서 여기서 머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뭐가 적절하지 않은데?” 박지훈은 성유리를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잖아.” “하지만...” “그만하고 빨리 누워. 내가 약 발라줄게.”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박지훈의 목소리에 성유리도 당해낼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침대에 편안히 누운 후 박지훈은 그녀의 잠옷을 살며시 배 위로 걷어 올렸다. 박지훈이 약을 묻힌 면봉을 상처에 갖다 대자 성유리는 흠칫 저도 모르게 몸이 떨리며 곧 얼굴 전체가 붉어졌다. 비록 서로 볼 것 다 본 사이였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밤일보다 더욱 야릇하게 느껴졌다. “왜 그래? 아직도 아파?” 박지훈도 진작 성유리의 몸이 떨리는 걸 포착했다. “아니요.”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이유 모를 긴장감이 밀려왔다. 박지훈은 이제야 뒤늦게 깨달으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왜 얼굴이 빨개졌어?” “아니에요! 대체 어딜 봐서 얼굴이 빨갛다는 거예요?” “내 두 눈으로 보이는데. 붉게 익은 사과 같아서 차마 못 본 척할 수가 없네.” “아니라고요...” “그래, 아닌 걸로 하자. 유리 씨가 아니라 내 얼굴이 붉어진 거야.” 성유리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며 그를 외면했지만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번졌다. 박지훈은 웃는 듯 마는 듯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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