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나 안 취했어요!”
성유리는 의자 팔걸이를 짚고 벌떡 일어났다.
휘청거리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본 박지훈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게 안 취한 거야?”
그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말은 참 잘해.”
“박 대표님!”
성유리는 갑자기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우며 그를 가리켰다.
“거기서 조금만 물러서세요.”
“왜? 설마 또 이쪽으로 넘어오겠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요... 저 진짜 안 취했단 거 보여주려고요...”
성유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혀가 살짝 꼬인 상태였다.
박지훈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벌써 유리 난간에 손을 올렸다.
“이건 그냥 완전 취한 거잖아.”
박지훈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손이 그녀 손목에 닿기도 전에 성유리는 그 손을 툭 쳐냈다.
그러고는 다음 순간 그녀는 민첩하게 다리를 들어 유리 난간을 넘어왔다.
그 광경에 박지훈은 황당한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걸... 지금 진짜 하는 거야?’
구조 현장에 뛰어들던 모습, 환자를 살피는 모습, 불길 속으로 달려가던 모습...
그 모든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서 엇갈렸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성유리일까.’
“유리 씨, 그러다 떨어져.”
그는 조심스레 다가가려 했지만 그녀의 자세가 묘하게 애매해서 어떻게 잡아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 그녀의 몸이 난간에 걸쳐 있는 상황이라 조금만 중심을 잃으면 진짜로 떨어질 판이었다.
“아... 안 되겠어요. 나 갑자기 너무 졸려요. 그냥 자러 갈래요...”
성유리는 몸을 뒤로 돌리려 했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자세였다.
난간에 걸쳐 꼼짝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도와달라는 듯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저기... 대표님, 저 좀...”
그는 웃음을 꾹 참으며 손을 내밀었다.
“잡아줄게.”
“감사해요...”
성유리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었고 박지훈은 그녀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대신 허리를 감싸안고 자기 쪽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녀는 그의 베란다 쪽으로 옮겨지자마자 축 늘어져 의자에 주저앉았고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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