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박진우는 여전히 전화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아직 이쪽 상황은 알아차리지 못한 눈치였다.
그 틈을 타 박지훈은 성유리를 안은 채 재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쿵.”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아래에서 올라오던 박진우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는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눈길은 자연스럽게 닫힌 문을 향했다.
“진우 씨, 집에 도착했어?”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귓가에 흐르듯 들려왔다.
박진우는 박지훈의 방을 흘긋 본 뒤 옆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얼굴이 점점 굳어지며 짧게 답했다.
“응. 방금 도착했어. 당신도 일찍 자. 잘 자.”
“잘 자, 진우 씨.”
양아현의 목소리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지만 결국 그녀도 전화를 끊었다.
박진우는 방문을 열었다. 하지만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성유리?”
그는 욕실 쪽을 향해 다시 한번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베란다에 놓인 맥주병에 꽂혔고 곧 다가가 병을 집어 들고 냄새를 맡았다.
‘냄새를 맡아보니 조금 전까지도 마시고 있었던 것 같군. 분명히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겠는데... 지금은 어디로 간 걸까?’
수많은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휘감았다.
그때 옆 베란다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박진우는 고개를 돌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작은아버지, 아직 안 주무셨어요?”
그 시각 옆방.
박지훈은 막 성유리를 침대에 눕혀준 참이었다.
베란다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다.
베란다 난간에 손을 얹은 박진우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성유리 못 보셨어요? 어디 간 거예요?”
박지훈은 이미 대답을 준비해 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서 지금 3층에서 간호 중이야.”
박진우는 뒤편에 놓인 맥주병을 가리켰다.
“근데 유리는 술 엄청나게 약하잖아요. 맥주 한 캔만 마셔도 쓰러질 정도인데 그런 상태로 간호를요? 제가 올라가 볼게요.”
“가지 마.”
박지훈이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제지했다.
“겨우 진정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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