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7화
성유리는 박지훈이 화가 났을까 봐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에 강훈이가 아팠을 때 지훈 씨도 정란 별장에 보러 갔잖아요. 한 가족이고 자주 마주치는 사이인데 내 입장이 좀...”
‘난처해요.’
하지만 뒷말은 결국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남자는 그녀를 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옆에 있던 서류를 집어 들더니 곧바로 넘기기 시작했다.
말투에는 희미한 분노가 묻어났다.
“괜찮으니까 가 봐.”
“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몸조심하고 이따가 약 보내줄게요.”
박지훈은 그저 담담히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성유리는 뒤돌아 그의 사무실을 나가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달칵.
문이 닫히는 순간 박지훈은 화가 나서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
아마도 너무 세게 던진 탓인지 서류는 책상 위에서 미끄러져 앞쪽 책상 밑으로 떨어졌다.
다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박지훈은 주위가 온통 저기압이었다.
성유리와 만나면 이런 일들은 피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특히 아이와 관련된 일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성유리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보러 가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성유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박진우를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가요.”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각자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유리는 차를 갖고 오지 않아 박진우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그녀는 곧바로 차 뒷좌석 문을 열고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엔 박진우를 차를 탈 때마다 항상 조수석에 앉았는데 지금은...
박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갑자기 비웃듯 말했다.
“왜, 이제 연애하니까 나와 거리 두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운전이나 해요.”
성유리는 안전벨트를 당기며 고개를 들어 남자를 슬쩍 흘겨보았다.
박진우는 차에 시동을 걸며 더욱 비아냥거렸다.
“작은아버지를 하루만 못 봐도 그리워 미치겠어? 그래서 일까지 제쳐두고 회사로 달려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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