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3화
“알겠어요.”
손을 뻗어 물컵을 받아 든 성유리는 부드러운 미소로 박지훈을 바라보더니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런데, 이번 일 아버님께 말씀드렸어요?”
“아직, 좀 이따 말씀드릴 거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5일 동안은 병원에서 몸조리를 하며 평온하게 보냈다. 박지훈은 거의 24시간 동안 성유리 곁을 지키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규찬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성유리는 몸이 회복된 후 한 번도 심규찬을 보러 가지 않았다.
남성이라는 도시를 떠나기 전날 밤까지도 심규찬의 병실에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성에 도착한 날 비가 약간 내렸다.
시간이 너무 늦어 박지훈은 성유리를 벨뷰 레지던스로 데려갔다. 윈드 타워는 내일 가기로 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밤 9시가 되었다.
상처에 약을 바르기 위해 잠옷을 벗으려고 할 때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자 남자가 극도로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성유리에게 다가간 박지훈은 그녀의 손에 든 면봉과 연고를 빼앗았다.
“왜 나를 부르지 않고?”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
“경성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끊이지 않았잖아요. 바쁠 거라고 생각해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바쁜 일 끝났어요?”
박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성유리가 사고를 당한 이후로 박지훈은 더 이상 회사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부분 일은 기본적으로 임원진들과 정영준이 대신 처리해 주었다.
“그럼 좀 이따 또 서재에 가야 해요?”
“안 가.”
박지훈은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샤워하고 너와 함께 잘 거야.”
성유리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미소를 본 박지훈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연고를 발라준 후 더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아마 이런 스킨십이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키스만 했을 뿐이지만 박지훈의 마음속에는 욕망의 불길이 타올랐다.
박지훈이 성유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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