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화
그 모습에 성유리도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올라가서 차라도 한잔하고 가세요.”
“나도 용건이 있어서 온 거랑 유리 씨랑 할 얘기 있었어.”
“올라가서 해요.”
아이의 손을 잡은 성유리가 앞장서자 박지훈도 그들을 따라 윈드타워 안으로 들어섰다.
집으로 돌아온 뒤, 송아림은 숙제하러 들어갔고 거실에서는 성유리와 박지훈이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성유리는 박지훈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드세요.”
“고마워.”
하지만 박지훈은 차를 마시기 전에 바로 용건부터 말했다.
“오늘 온 건 아림이를 내 의붓딸로 들이려고 그거 상의하고 싶어서 왔어.”
“진심이세요?”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성유리가 진지하게 묻자 박지훈이 찻잔을 흔들며 대꾸했다.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야. 유리 씨가 아림이한테 물어보고...”
“좋아요 나는.”
박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앳된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성유리와 박지훈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공책을 안은 송아림이 서 있었다.
성유리는 그런 아이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아림이가 아저씨 많이 좋아하나 보네.”
수줍게 웃던 송아림은 다시 방안으로 달려들어 가더니 문으로 얼굴을 반쯤 가려버렸다.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미소를 짓던 박지훈은 찻잔에 담긴 차를 한 번에 마셔버렸다.
“그럼 날 잡아서 같이 밥이라도 먹어요. 그래도 할 건 해야죠.”
“그래.”
짤막한 대답을 하고 난 그의 얼굴에 피었던 미소는 점점 더 짙어졌다.
그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 거라서 성유리도 덩달아 웃어 보였다.
사실 성유리가 송아림을 의붓딸로 들이겠다는 박지훈의 말에 찬성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아이에게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 같아서였다.
물론 주변에 적들이 너무 많아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녀 역시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박지훈이 뒤에 있다면 아무리 의붓딸이라 해도 이 경성 바닥에서는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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