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6화
생일 전날 밤, 박지훈은 미리 한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 그는 성유리에게 내일 퇴근 후 그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같이 생일을 보내고 싶다고, 그리고 큰 케이크와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저녁 무렵, 새 옷으로 갈아입고 일찍 레스토랑에 도착한 성유리는 안에 앉아 박지훈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박지훈은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폰도 꺼져 있었다.
성유리는 정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김영자에게도 연락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박지훈은 회사에도 집에도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부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제야 박지훈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박지훈은 부진원의 바에 있었다. 고객을 만나고 있다며 지금 미팅 중이라고 했다.
성유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또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다 해도 이렇게 중요한 날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싸하게 저려왔다.
그건 단순한 잊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을 통째로 후벼 파는 고통이었다.
‘오늘은 내 생일인데...’
박지훈은 그녀의 생일까지 잊어버렸다.
결국 성유리는 차를 몰고 부진원의 바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박지훈은 막 손님과 미팅을 마친 참이었다.
VIP룸의 문을 열고 나온 그는 문 앞에 서 있는 성유리와 눈이 마주쳤다.
박지훈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리야, 갑자기 왜 왔어?”
그의 그런 반응을 보는 순간 성유리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가 정말 잊었다는 걸.
묘한 씁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 고통은 바닷물처럼 밀려와 단숨에 그녀를 삼켜버렸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늘은 두 사람이 함께한 이후 처음 맞는 그녀의 생일이었다.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는 얼마나 세심하게 챙겼던가.
그런데 결국 그 약속은 잊혔다.
박지훈이 다가와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전화 꺼놔서 연락이 안 돼서 찾으러 온 거야? 미안해. 오늘은 거래처 사람 만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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