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9화
그 순간, 성유리는 가슴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박지훈이 자신의 성씨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진씨였던가? 진유리...”
박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친구 중에 성미연이라는 사람이 있었잖아? 맞지? 이번엔 틀리지 않았지?”
그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를 보는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잠시 동안, 성유리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잊었는데,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자신과 진미연이었다.
어쩌면 박지훈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진미연이 성유리에게 가장 잘해준 사람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눈가가 이내 붉게 물들었다.
그때 박지훈이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며 부드럽게 스쳤다. 목소리는 한층 더 다정했다.
“유리야, 왜 말이 없어졌어? 나 맞혔지? 또 틀린 거야?”
성유리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커다란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떨어졌다.
박지훈의 시선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울고 있다는 걸 몰랐다. 다만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다.
박지훈은 그녀를 돌아보려 했지만, 성유리는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그대로 그녀를 뒤에서 껴안은 채 왜 그녀가 울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감정을 추스른 성유리가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지훈 씨, 당분간은 회사에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줄래요?”
성유리가 이런 무리한 말을 꺼낸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박지훈의 상태가 외부로 새어나갈까 두려워서였다.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누군가는 그것을 이용해 그의 회사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다른 하나는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잊어버릴까 봐서였다. 그녀를, 집을,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도.
성유리는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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