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9화
박지훈의 목소리는 한층 진지해졌다.
“지금 그 자식은 네 신변에 위협이 될 정도의 상태는 아니야. 이미 그런 힘은 없어.”
성유리는 의아하다는 듯 눈을 들었다.
“정말 자살하려는 건가요?”
박지훈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한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어. 지금은 제1병원에 입원 중이고, 경찰이 24시간 감시 중이라고 하더군. 그쪽 말로는 죽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서 네가 가서 직접 설득해 줬으면 한대.”
성유리의 눈빛에 어린 놀라움이 한층 짙어졌다.
‘그래서 경찰 쪽에서 직접 연락을 해온 거였구나...’
박지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고 단호한 어조로 이어갔다.
“나는 솔직히 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하지만 인도적인 관점에서 보면 내가 막을 이유도 없어.”
그의 목소리는 더욱 진지해졌다.
“네 선택을 존중할게.”
성유리의 가슴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유리창 너머로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성유리는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그녀의 선배였던 방건우를 떠올렸다.
방건우는 그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성유리는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게 둘 수 없었다.
심규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저지른 죄라곤 단 하나 그녀를 사랑한 것이었다.
그 마음이 너무도 깊어서 결국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린 것뿐이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또다시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목숨을 버리게 놔두지 않겠다고.
성유리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박지훈을 바라봤다.
“저... 가서 설득해볼게요...”
박지훈은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 말이 끝나자 그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성유리는 본래 생명을 구하는 의사다.
성유리의 마음속에는 늘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그가 사랑한 것도 바로 그런 따뜻하고 선한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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