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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병상 옆에 앉은 성유리는 손을 뻗어 박철용의 맥을 짚었다. 박지훈은 옆에서 성유리만 조용히 바라봤다. 박철용의 맥을 다 짚은 성유리는 유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상태는 기본적으로 안정되었어요. 하지만 일주일간 약을 복용해야 해요. 제가 사람 시켜 나중에 보내 드릴게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박철용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바로 그때 박지훈의 전화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한 박지훈이 밖으로 나간 후 문이 닫히자 실내는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잠시 후 박철용이 성유리에게 한마디 물었다. “유리야, 너 지훈이와 싸운 거야?” 박철용이 눈치챌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성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어르신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런 적 없어요.” “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어도 나는 못 속여. 너희 둘 분명 싸웠어.” 잠시 생각하던 성유리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약간 문제가 있긴 있었어요.” “말해 봐. 혹시 지훈이가 너를 괴롭혔니? 그런 거면 내가 대신 혼내 줄게!” 아주 엄격한 어조로 말한 박철용은 눈가에 불쾌함이 살짝 스쳤다. 성유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전에는 지훈 씨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말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성유리의 말에 멈칫했던 박철용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긴 있었지만 지훈이 엄마가 돌아갔을 때 이미 없던 일로 하기로 했어.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 그 여자는 너희들의 결혼에 어떤 방해도 되지 않아.” 조용히 앞에 있는 박철용을 바라보던 성유리는 결국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박철용이 평소 연예계 관련 뉴스를 거의 보지 않아 안지혜가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이런 일까지 박철용에게 말할 수 없었다. 워낙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인지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근심걱정만 더할 뿐이었다. 게다가 지금 건강이 더 안 좋아졌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상황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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