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2화
박지훈은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타이밍을 방해받은 게 불쾌했다.
지금 이 뜨거운 감정,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지만 그런 말을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다.
그가 침묵한 사이, 성유리는 빠른 걸음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송아림이 서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눈에는 아직 눈물이 맺혀 있었고 얼굴은 잔뜩 울음을 참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만 봐도 성유리는 금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꿈에서 엄마를 본 것이다.
송아림은 매번 엄마 꿈을 꿀 때마다 눈물을 터뜨렸고 항상 그녀를 찾아와 같이 자자고 조르곤 했다. 이번도 다르지 않을 터였다.
성유리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아이의 방으로 데려갔다.
문을 닫고 나서야 성유리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엄마 꿈꿨어?”
송아림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마가 커다란 들판 위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계속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나는 엄마를 쫓아가려고 했는데,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절벽에서 뛰어내렸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성유리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송아림의 친엄마인 송원희는 세상을 떠났고 유족들이 그녀를 위한 묘비를 세웠다고 들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아직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했다.
지금은 배가은이 정신을 놓은 상태이니,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박지훈뿐이었다.
성유리는 조만간 송아림을 데리고 꼭 송원희의 묘소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송원희가 세상을 떠난 이후, 한 번도 아이를 데리고 성묘를 간 적이 없었다.
송유림은 성유리 품에 안긴 채, 가늘게 흐느꼈다. 그 소리에 성유리의 마음도 저릿하게 아파왔다.
성유리는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이모가 여기 있잖아. 이모랑 같이 자면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말 한마디에 안정을 찾은 건지, 송아림은 스르륵 눈을 감았고 이내 숨소리가 고르게 바뀌었다.
아이를 재우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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