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1화

박지훈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조금 전 그녀가 던진 말들로 가득했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며 그의 이성을 자극했다. 성유리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바로 뒤에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그녀가 옷방으로 들어서려던 순간 허리에 뜨겁고 단단한 손이 감겼다. 넓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마치 아이를 안듯이 번쩍 들어 침대 쪽으로 향했다. “아!” 성유리는 놀라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대로 침대 위에 던져졌다. 그녀의 눈빛엔 불안이 번졌다.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이미 박지훈이 몸을 숙여 그녀 위로 내려와 있었다. 성유리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의 시선은 깊고 어두웠다. “내가 평소에 너한테 남긴 인상이 그렇게 약했나 봐? 그래서 다른 남자에 대한 기억이 그렇게 또렷한 거야?” 박지훈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눌렀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묘한 냉기가 섞여 있었다. “넌 지금 내 승부욕을 제대로 자극했어.” 순간, 성유리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까 한 말은 그냥 농담이었어요. 조금 당신 약 올리려는 마음이었을 뿐이에요. 진심으로 한 말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 마음에 담지 마요.” 박지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였는데.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성유리는 순간, 진심으로 후회했다. 왜 괜히 자극했을까. 왜 그 입을 열었을까. 그녀가 변명할 틈도 없이 박지훈의 입술이 거칠게 내려왔다. 뜨겁고 급한 키스. 숨이 막힐 만큼 거세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붙였다. 박지훈의 손길에 다리가 힘이 풀리며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가슴을 밀쳤다. “지훈 씨, 진정해요. 제발...” “진정이 안 돼. 하나도 안 돼.” 박지훈은 그녀의 입술을 다시 훔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어 익숙한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모...” 박지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