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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내가 유씨 가문을 거부하며 그 집안의 막내딸이 되길 거부하니 이강현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했다. 이씨 가문의 유일한 자손인 그는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안고 태어났음에도 차기 후계자로 있었다. 하지만 그 신분만으로는 부족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이강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씨 가문 사람들 역시 이상함을 감지했다. 박선미가 나를 따로 불러낸 것도 딱히 놀랍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보낸 사람들을 따라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박선미라면 예전에 본 적이 있었다. 이강현이 수술을 받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질 때, 옆에서 간호를 해주다가 여러 번 마주쳤었다. 내 정체에 대해서라면 그녀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박선미는 항상 나를 대놓고 무시하며 말 한마디 먼저 걸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나는 그저 윤아린의 대체품이자, 아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이강현의 마음을 완전히 뺏은 지금, 박선미는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것 같았다. 이강현의 집에 도착한 나는 그곳에서 박선미뿐만 아니라 우는 얼굴로 박선미에게 하소연 중인 윤아린도 마주쳤다. 박선미는 집 안으로 들어온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형식적인 질문만 몇 가지 던지더니 이내 윤아린에게 다정하고 온화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이강현이 집으로 돌아오자 박선미는 윤아린에게 나를 데리고 잠시 다른 곳으로 가 있으라는 말을 전했다. 나는 이강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부러 조금 열린 방문 탓에 나도 본능적으로 안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정세아, 똑똑히 들어. 이강현이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갖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하는지.” 윤아린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에게 속삭였다. 호기심이 동한 나도 조용히 대화에 집중해 보았다. “강현아, 회사를 물려받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야... 하지만 결혼 문제는, 네가 먼저 아린이를 선택했잖아.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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