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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가 캐묻자 나도 모르게 메마른 입술을 핥았다. 속이 깊은 데다가 경계심까지 강하다니.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도 감정보다 이성이 앞섰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는 침착하게 대답을 이어갔다. “당연하죠. 갑자기 큰불이 나서 죽다 살아났는데 형부만 아니었다면 근처에 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열연을 펼치며 후회막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안에 없으리라 생각지도 못했죠. 괜히 똑똑한 척해서 말이에요. 이런 멍청이! 고생을 사서 했네요. 저 너무 바보 같죠? 형부가 날 더 미워하면 어떡하죠? 읍...”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강현이 고개를 숙이더니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맞닿은 입술 사이로 이강현의 숨결이 느껴졌고, 그는 정색하며 부인했다. 나는 태연한 얼굴로 몰래 비웃었다. 사실 어리석은 사람은 이강현이었다. 목숨을 걸고 펼친 연기가 마침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환자분 진찰받을 시간입니다.” 병실로 들어선 간호사와 의사가 우리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민망한 나머지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반면, 이강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찰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다가 간간이 질문을 던졌고, 전부 내 상처에 관한 내용이었다. “선생님, 혹시 흉터가 남을까요?” 의사가 진찰을 마치자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두세 군데는 화상이 심한 편이라 흉터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는 의사를 보자 불안감이 밀려왔다. “수술하면 지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워낙 심각해서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해요.” 단호한 답변에 나는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강현은 의사를 돌려보내고 침대 옆에 앉았다. “일단 몸부터 회복해. 흉터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흉터가 생기면 형부가 싫어할 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싸늘하게 변하는 이강현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내가 그저 외모만 밝히는 짐승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는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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