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넓은 드레스룸은 소유나가 쓰던 침실보다도 훨씬 컸다.
그녀는 문지후의 옷들 옆에 자신의 옷을 하나씩 꺼내 걸었다.
천이 천을 스치며 살짝 흔들릴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방 안에 피어올랐다.
어디선가 전해지는 은은한 향, 차가우면서도 깊은 무게를 지닌 이곳의 공기는 그녀의 숨결을 조심스레 파고들었다.
그녀는 옷 정리를 마치고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차분하지만 낯선 향, 분명 자신의 것이 아닌 이 향기는 자꾸만 신경을 건드렸다.
문지후는 여전히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듯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지후 씨.”
소유나는 조용히 문가에 기대 그를 불렀다.
문지후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고 소유나는 손가락으로 그를 슬쩍 불렀다.
“왜.”
문지후는 묘하게 경계하는 말투였다.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오늘 밤도 회의 있어요?”
살짝 물기 머문 눈빛과 붉게 물든 입술을 깨무는 동작 하나하나에 은근한 유혹이 배어 있었다.
문지후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녀가 던진 질문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책상 위 노트북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문지후는 화면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바라봤을 땐 소유나의 눈빛은 이미 식어 있었다.
“회의해야겠다. 너 먼저 자.”
소유나는 입술을 내밀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억지로 참았다.
문지후는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곤 노트북을 들고 조용히 서재로 들어갔다.
그는 회의에 접속했고 화면 속 사람들의 얼굴이 켜졌다.
하지만 집중은 되지 않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서재 문이 조용히 열렸다.
긴 머리를 풀어내린 소유나는 실크 슬립 원피스를 입고 들어왔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가 그녀의 몸에 밀착되어 있었고 그 실루엣은 어느 때보다도 선명했다.
치마는 무릎도 덮지 못했고 하얗고 곧은 다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맨발이었다.
잘 정돈된 발끝과 희고 곱게 뻗은 발등이 문지후의 시선을 빼앗았다.
문지후는 심장이 본능처럼 반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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