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화
“지후 씨는 지금 회의 중이야.”
소유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였다.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 갈래?”
백서윤은 애초에 떠날 생각으로 올라온 것도 아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그래.”
소유나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문 옆으로 비켜섰고 백서윤은 조용히 거실로 들어섰다.
서재 문은 열려 있었고 안쪽에선 회의 중인 목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백서윤은 불쾌했던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소유나는 조용히 걸어가 서재 문을 닫고 돌아왔다.
“뭐 마실래? 술? 물?”
“괜찮아.”
백서윤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유나가 익숙한 듯 물을 따라 앞에 내려놓는 모습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이 집의 주인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소유나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편안하게 등을 기대었다.
“이 늦은 밤에... 혹시 지후 씨 보려고 온 거야?”
소유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묻고는 이어 덧붙였다.
“오늘은 좀 바쁠 거야. 아마 시간 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
백서윤은 그런 말투가 탐탁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집안을 둘러봤다.
“집 구조는 여전하네. 익숙해.”
“오늘 아침에 이사 왔거든. 내일부터 좀 손봐야지. 이 집 분위기... 이제 지후 씨한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소유나는 쓸쓸함과 차가움이 깃든 이 공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백서윤은 마음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언제나처럼 소유나 앞에선 한 수 접어야 했다.
“그나저나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지후 씨랑 오래된 친구잖아. 어떤 스타일 좋아해? 혹시 괜찮은 사람 있음 소개시켜줄게.”
갑작스러운 호의에 백서윤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곧 소유나의 의도를 읽었다.
“고마워. 근데 지금은 사업이 우선이라 다른 건 생각 안 해.”
“현명하네. 이혼하고 재산도 제법 챙겼잖아? 혼자 살아도 충분히 멋있지. 요즘은 남자 없어도 잘 사는 시대잖아. 사실 나도 너처럼 돈 많았으면 남자 하나에 목매진 않았을 거야.”
소유나의 대담한 말에 백서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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