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2화
소유나는 부정하지 않았고 문지후와 함께 있을 때 분명 행복했다.
하지만 그녀는 성욕과 사랑을 명확히 구분했고 그들 사이에는 사랑이 아닌, 단지 욕망이 있을 뿐이었다.
문지후의 즐거움도 역시 그뿐일 터였다.
“지후 씨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지금처럼 이런 관계를 유지하자는 거죠?”
“맞아.”
소유나는 그의 속뜻을 읽어냈고 문지후 역시 솔직했다.
가볍게 웃으며 소유나가 말했다.
“이건 어른 남녀 사이의 암묵적인 이해 같은 거네요.”
“너는 어때?”
“좋아요.”
문지후와 함께할 때의 쾌락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다.
소유나에게 필요했고 문지후에게도 필요했으며 딱 맞아떨어지는 일인데 안 된다는 말이 필요 없었다.
문지후는 소유나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소유나가 말했다.
“만약 지후 씨가 새 연애를 시작한다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요.”
소유나는 남의 감정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고 문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 엮였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종이 위에 남긴 계약이었고 이번에는 단지 말로 맺은 약속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줘요.”
소유나가 단호하게 말했고 혹시라도 끝나버린다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더 깔끔하고 좋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문지후가 물었다.
“진우한테도?”
“나는 연서한테도 말하지 않았어요.”
“비밀 연애인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요.”
“허.”
문지후가 코웃음을 쳤다.
“결국 너는 세상에 내놓을 수 없는 관계를 원하는 거네.”
소유나는 손을 내저었다.
“우리 사이를 연애라고 부를 필요도 없어요. 그저 남녀의 욕망일 뿐이고 각자 필요한 걸 얻는 거예요.”
그녀의 명확한 말투에 문지후는 순간 그녀에게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다.
여자가 무정해지면 남자는 설 자리가 없다.
“지후 씨가 싫다면 나가는 문은 저쪽이에요.”
이 관계에는 복잡한 감정 따위 필요치 않았다.
문지후는 한참이나 소유나를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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