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7화

[빨리 자.] 유연서는 진우가 보낸 짧은 메시지를 오래 바라봤다. 해명하고 싶었지만, 괜히 더 꼬일까 두려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방에서 나온 유연서는 이미 차려진 식탁 앞에 멈춰 섰다. 진우는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유연서는 차마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오늘 대표님이랑 출장을 가야 해서, 이틀 정도 집에 못 들어올 거야. 돌아오는 시간 정해지면 다시 알려줄게.” 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네.” 유연서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집안일은 네가 신경 좀 써야 할 것 같아. 돈이 부족하면 말해. 현금 만드는 방법은 있으니까.” 그가 처음 카드를 내밀었을 때, 집을 사고 남은 돈은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유연서는 여전히 그의 실제 자산 규모를 알지 못했고, 감히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괜찮아요. 진우 씨가 나설 필요 없어요.” 그녀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그런다니까. 넌 내 아내고, 네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기도 해. 일이 있으면 당연히 내가 알아야지. 돈이든 힘이든, 필요한 만큼 보태는 게 맞아.” 진우는 그녀의 마음속 무거움을 읽은 듯 말을 이었다. “전에 말했잖아. 네가 원하는 게 내가 가진 거라면 언제든 줄 수 있어. 내가 두려운 건 단 하나, 네가 원하는 걸 내가 갖지 못했을 때뿐이야. 보답은 바라지 않아. 다만 네가 내 곁에서 함께해 주는 것, 안정된 가정...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그 순간, 유연서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의 마음은 마치 한 장의 흰 종이 같았다.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평온한 삶이라는 단 하나의 소망만이 담겨 있었다. “알겠어요.” 그녀의 대답에, 진우는 안도한 듯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아침 식사가 끝나자, 진우는 외출 준비를 했다. 엘리베이터 안,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지만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겉으로 보기엔 부부라기보다 그저 한집에 사는 동거인 같았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서니, 진우의 차는 왼편 끝에, 유연서의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