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8화

문지후는 그녀를 둘러싼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연서 씨가 너한테 유나 얘기한 적 있어?” “없어요.”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창밖을 바라봤다. “넌 연서 씨랑 잘 지내고 있냐?” “그럭저럭이요.” “연서 씨가 너한테 짜증 낸 적은?” “저희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다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면, 그건 감정이 한 단계 깊어졌다는 징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와 유연서는 여전히 예의를 지키며,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문지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소유나와의 관계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았다. 그 해답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____ 점심 무렵. 소유나는 식사 중에 유연서의 전화를 받았다. “지후 씨 출장 갔어.” “그래?” 소유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어머니 일은 어떻게 처리했어?” “진우 씨가 돈을 내겠다고 하더라. 근데 난 원치 않아. 그 사람 돈을 너무 많이 받는 건 내 마음이 불편해.” 소유나는 태연히 말을 이었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돈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어차피 난 지금 쓸 데도 없으니까.” “응.” 소유나는 간단히 몇 마디를 나누며 회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멀리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차 문이 열리자 소재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소유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소유나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유연서와의 통화를 서둘러 마무리했다. “유나야...” 소재훈이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나야!” 그가 회사 문 앞까지 따라붙자, 소유나는 결국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녀의 눈빛엔 더는 인내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소재훈은 딸이 자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봤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