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화
그는 소유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문지후를 바라보던 백유주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러나 그 미소는 금세 쓰라린 빛으로 바뀌었다.
잠시 곁에 앉아 있던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섰다.
“벌써 가니?”
안서영이 물었다.
“네.”
백유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이렇게 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야. 네 몸도 성치 않은데, 어서 가서 쉬어.”
안서영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
백유주는 고개를 숙여 미소 지었다.
“어머님도 어서 쉬세요.”
“난 괜찮아.”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내일 다시 지후 오빠 보러 올게요.”
“그래.”
복도에는 백유주의 휠체어가 서 있었다. 백서윤은 손잡이를 밀며 병실을 벗어났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 같은 벽면에 비친 자신과 백서윤의 모습을 바라보며 백유주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유나 언니, 임신 안 했대. 그러니까 지후 오빠랑은 이제 정말 끝이야.”
백서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날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을 때, 정말로 아이가 있었다면 무사할 리 없었으니까.
백유주는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
“언니, 아직 지후 오빠 마음에 두고 있는 거 아니야?”
“내가 무슨 마음을 두겠어.”
백서윤은 당황을 감추며 애써 부인했다.
“언니, 예전에 지후 오빠 좋아했잖아. 이제 유나 언니랑 끝났으니, 언니한테 기회가 온 거지.”
백유주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오늘 밤 언니가 남아서 챙겨주면... 혹시 알아? 둘 사이가 달라질지도.”
“난 아니야. 그런데 넌 아쉽지 않아?”
“우린 자매잖아. 취향이 비슷할 수도 있지. 난 지금 남자 친구가 있어. 그러니 언니가 원한다면 도와줄 수도 있지.”
백서윤의 가슴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그런 생각 없어.”
“정말?”
백유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깊은 밤.
백서윤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고요한 복도, 병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손잡이를 눌러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의 문지후는 수액을 뽑은 채, 여전히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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