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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백서윤은 병상에 누운 문지후 곁에 서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수없이 붙잡으려 했으나 끝내 닿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결혼까지 했던 그녀였지만, 문지후는 늘 자신을 챙겨주었다. 단 한 통의 전화만으로도 그는 언제든 달려와 주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혼까지 도와주었을 때, 백서윤은 오래된 환상을 다시 품었다. 이제는 그의 곁에 자신만 남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나타난 건 소유나였다. 연인도, 여자 친구도 아닌 아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백서윤의 마음은 미친 듯 뒤틀렸다.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도 그는 한 번도 결혼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결국 택한 건 자신이 아닌 여자였다. 심장은 증오로 불타올랐다. 운명의 장난과 세상의 불공평에 치가 떨렸다. “지후야, 봐봐. 결국 이렇게 돌고 돌아도 지금 곁에 있는 건 나잖아.” 백서윤은 침대 곁에 앉아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유주는 널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소유나는... 처음부터 널 사랑한 적도 없었어.” 그녀는 그의 손등에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살아 있는 체온, 움켜쥔 현실에 취한 그녀는 더 이상 주변을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병실 문밖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소유나는 세상에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서윤이었다. 그런데 하필 회사 건물 앞에서 그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야! 소유나.”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 그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백서윤은 마치 친한 친구라도 되는 듯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리 같이 밥 먹자.” “싫은데.” 소유나는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백서윤이 손목을 낚아챘다.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놔?” “그냥 잠깐 얘기 좀 하자. 몇 분이면 돼.” 백서윤은 손을 놓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난 너랑 할 얘기 없어.” 소유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럼에도 백서윤은 끝까지 집요했다. 그녀는 다시 손목을 붙잡으며,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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