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저마다의 생각을 품은 식사가 끝나고 소유나는 수저를 내려놓은 뒤 문지후를 내버려두고 소파에 털썩 누웠다.
문지후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소유나는 소파에 기대어 쿠션을 안은 채 다소 멍하니 문지후가 부엌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단지 뒷모습이었지만 그 남자의 몸매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었다.
삶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
어쩌면 조금은 아름다울지도.
...
백서윤은 다시 문지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꽃집은 이미 리모델링을 마쳤고 이틀 후면 개업할 예정이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사람들을 초대해 집들이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문지후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자고 제안했다.
“진서랑 진우 씨도 있어.”
백서윤이 덧붙이자 문지후가 답했다.
“그래.”
그가 거절하지 않자 백서윤이 한결 들뜬 어투로 말했다.
“내일 일찍 와.”
“노력해 볼게.”
다음 날 아침, 문지후는 침실에서 나와 옆방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소유나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이틀 동안 알게 된 그녀의 생활 패턴으로는 아홉 시나 열 시 전에는 자면서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지후는 외투를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백서윤 집 아래에 도착한 문지후는 허진서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물어보자마자 뒤에서 경적이 들렸다.
문지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옆에 서서 허진서를 기다렸다.
허진서는 차에서 내려 홀로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유나 씨는 어쩌고?”
“자고 있어.”
“네가 나온 걸 몰라?”
“몰라.”
허진서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백서윤에게 네가 결혼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자.”
문지후는 그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도록 했다.
“대체 무슨 속셈이야?”
허진서는 그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서윤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이혼하고 널 만나러 온 사람이야. 이미 결혼했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너에 대한 환상만 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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