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엄마! 하윤이 말고는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하윤이로 정했어요. 제 혼사는 원래 부모님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었어요. 이 문제는 여기서 끝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이준호가 육씨 집안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기 전에 제가 지금 당장 여러분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섭게 말했다. 육현석의 어머니는 말이 막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한참 후에 그녀는 아무렇게나 몇 마디 대꾸하고 전화를 끊었다. 육현석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순간 무력감이 몰려왔다. 그의 부모님은 정략결혼으로 맺어졌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다. 그가 순조롭게 상속자로 태어난 후, 그들은 각자 살림을 차리고 수많은 사생아를 만들었다. 그는 육씨 집안의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육씨 집안의 대권을 완전히 손에 넣게 되었다. 지금 육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의지해 살고 있었는데 이준호의 몇 마디 이간질에 마음이 불안해지다니. 육현석은 눈빛을 가라앉히며 정말 안팎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는 오늘 겨우 부모님과 집안사람들을 설득했다고 생각하고, 송하윤과 이준호의 행방을 알아낸 뒤 그들을 따라갔다. ‘연인 이야기’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선율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송하윤과 이준호는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지극정성인 보살핌을 받으며 그가 썰어준 스테이크를 먹고, 얼굴을 그의 앞으로 내밀어 입가를 닦아달라고 했다. 육현석은 이 광경을 보며 마음속에서 질투심이 계속 끓어올랐다. 그녀의 능숙하고 의존적인 모습으로 이미 수없이 이런 장면이 있었던 것 같았다. ‘왜 하윤이는 이준호를 그렇게 편애하는 걸까?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거지?’ 육현석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도 그는 그녀의 곁에 오랜 시간 있었는데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의존한 적이 없었다. 중요한 일이 있거나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녀는 혈연관계가 없는 아저씨에게만 무의식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