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5화

‘마치 이 대표님이 강서우가 아빠한테 대드는 것을 방관하는 것처럼 석민 씨도 조유림이 나를 괴롭히는 걸 그냥 보고만 있었던 거야.’ “안 돼!” 강채윤은 충격에 빠진 듯 가슴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석민 씨가 아직 조유림이랑 혼인신고 한 것도 아닌데 나중에 정말 혼인 신고하게 되면 이 대표님처럼 애처가가 될 텐데... 그러면 난 영원히 이씨 가문 사모님이 될 기회가 없잖아. 절대 안 돼!’ 강채윤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지만 곧 평정심을 유지하고 불쌍한 척하며 이석민 곁으로 다가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석민 씨, 아까는 제 잘못이었어요. 유림 씨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괜히 소란을 피워서 석민 씨 얼굴에 먹칠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괜찮아. 유림 씨도 내 약혼녀라서 막하는 경우가 있어... 채윤 씨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잖아. 이해해. 그런데 앞으로 유림 씨를 그만 건드려. 다치면 안 되잖아. 얼굴은 좀 괜찮아?” 이석민은 한 걸음 한 걸음 다정한 모습으로 강채윤에게 다가갔다. 강채윤은 흥분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석민이 몸을 훑어보길래 그냥 덮치고 싶었다. “석민 씨 마음에 제가 있다는 거 알아요. 어떻게든 석민 씨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랑 결혼하는 것을 막을 거예요.” 갑작스러운 포옹에 이석민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서우를 보는 순간 정말 이 결혼을 망칠만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강채윤의 어깨를 감싸며 살살 설득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집안 어르신들이...” “방법이 있을 거예요. 석민 씨, 저를 믿어주세요.” 강채윤의 간절한 모습에 이석민은 속으로 기뻐하면서도 겉으로는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는 척했다. 그는 강채윤이 기꺼이 자신을 도와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전시회가 끝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후였다. 강서우는 침이 마르도록 사람들에게 엄마의 작품을 소개했지만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세빈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녀가 아직도 아쉬워하는 것 같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