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여기가 바로 내 기분을 풀어줄 만한 곳이야?” 조유림은 부스에 앉아 테이블 위에 술이 가득 놓여있는 것을 보고 짜증 난 말투로 물었다. 며칠 전에 도자기 전시회 때문에 외출 금지 처분을 받고 겨우 이틀 만에 기분 전환할 겸 외출했는데 친구가 근처에 새로 오픈한 바가 있다고 해서 와본 것이다. 아직 이석민과 친해질 시간도 갖지 못했는데 옆에서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석민 씨한테 달라붙는 여자가 있다는 게 오히려 네 약혼자가 매력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 그년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고.” “그니까. 네가 원한다면 내가 남자 모델을 얼마든지 불러줄 수 있어.” 우울했던 조유림은 확실히 기분이 좀 풀렸다. 조씨 가문의 큰따님으로서 남자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씨 가문 미래 상속자와 결혼해야만 체면이 서는 것 같았다. 이 바닥 사람들이 결혼 후에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사적으로는 어떻게 하든 상관없었다. ‘내가 왜 그깟 강채윤 때문에 속상해야 하는 거지?’ 갑자기 생각이 바뀐 강채윤은 여러 남자 모델을 룸으로 불러 함께 놀기로 했다. 잘생긴 남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훨씬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밖에 있던 웨이터가 조용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씨 가문 큰따님께서 새로 오픈한 바에 와서 남자 모델을 룸에 들이고 신나게 놀고 있어요.” “약혼했는데도 다른 남자들이랑 놀고 있다고? 너무한 거 아니야?” 강채윤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내가 석민 씨 약혼녀였으면 절대 조유림처럼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을 거야. 조유림, 이 염치도 없는 년.’ “남자가 그렇게 좋다면 괜찮은 남자로 소개해줘. 그 두 친구는 내가 처리할게.” “네.” 웨이터는 구석에서 통화를 마치고 술을 들고 천천히 조유림에게 접근했다. 한밤중에 조유림이 약간 취했을 때, 두 친구는 차가 긁혔다는 소식에 잠깐 해결하러 나갔다. 이때 남자 모델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조유림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은은한 술 냄새 때문에 메스꺼움을 참지 못하고 이들을 밀쳐냈다.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