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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이안국은 더듬거리면서 바닥에 널린 빚 청구서를 보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전에 아들 약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사태를 수습하기 전에 이세빈이 먼저 알게 될 줄 몰랐다. 마음이 불안해진 이안국은 자기 아내와 아들이 친 사고까지 생각나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켰다. “할아버지한테 아무 짓도 안 했어. 나랑 미연 씨는 그저 유림 씨 교통사고가 제수씨 동생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서...” “형은 언제부터 의심을 증거로 여긴 거예요?” 이세빈은 강서우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가기 전에 이안국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남을 의심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빚을 안질 수 있는지부터 연구해보세요. 동생인 내가 직접 가르쳐야겠어요?” 이세빈은 바로 강서우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갔다. 이안국의 창백했던 얼굴은 다시 혈색을 되찾으면서 수치심을 가지고 빚 청구서를 하나하나 주었다. ‘세빈이한테 들키다니. 동생이 뒷수습해줬다는 일이 알려지면 이씨 가문 장손으로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 성미연은 풀이 죽은 남편 모습에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이석민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안국은 빚 청구서를 정리하면서 이석민을 째려보았다. “다 너희 엄마가 너를 이렇게 버릇없게 키운 거야. 그 큰일을 어떻게 우리랑 상의하지도 않고 바로 할아버지한테 알릴 수 있어. 이따 할아버지 깨어나시면 무릎 꿇고 용서 빌어. 할아버지가 네가 미워져서 다른 사람한테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유언장을 고치는 순간 우리는 끝이야.” 성미연도 옆에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조유림과의 혼사가 무산되는 건 상관없었지만 할아버지의 눈 밖에 나서는 안되었다. 이석민은 이안국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버지가 지은 빚에 비하면 제가 파혼한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성미연은 아들의 반항에 깜짝 놀랐고, 이세빈 때문에 아직 화가 가시지 않은 이안국은 바로 그의 뺨을 때렸다. “이석민!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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