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우리 딸 미래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중에 또 가정부를 시키려고? 남들이 진씨 집안 여자들은 3대째 가정부 팔자라고 비웃으면 어떡해.”
그 말이 진미정의 속이 뜨끔했다. 가정부도 엄연한 직업이고 무시당할 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같은 서비스직이라도 판매직이 가정부보다 더 체면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하물며 그 최상류층의 재벌 세계에서 자신과 어머니는 가장 밑바닥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딸이 말한 것처럼 고씨 사모님한테서 뭐라도 배울 수 있다면 훗날 자신처럼 바닥에서만 맴돌지는 않을 것이다.
진미정은 심유나를 고씨 가문에 들이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씨 가문 어르신 곁에서 시중드는 어머니를 설득해 기회가 될 때마다 손녀 이야기를 은근히 꺼내게 했다.
“우리 손녀가요, 어릴 때부터 영특해요. 애 아빠는 인간 구실을 못 하는 놈이라 고향에 두면 아무도 돌봐 줄 사람이 없어요.”
진미정과 어머니는 두어 번 건너 한 번꼴로 휴가를 내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정을 강조했다.
고씨 어르신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어서 그 사정이 딱하다고 여겼는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아이를 여기로 데려와서 너희랑 같이 살게 하면 어떻겠어? 열 살이면 웬만한 건 혼자 할 수 있잖아. 우리 막내 손자랑 같이 학교도 다니게 하고, 걔도 옆에 친구가 있으면 좋지.”
그렇게 열 살의 심유나는 고씨 가문에 들어오게 됐다.
그 저택은 성처럼 컸다. 거실 하나만 해도 시골에서 살던 마당보다 더 넓었다.
고태준을 처음 봤을 때, 그는 깨끗한 흰 셔츠를 입고 통유리 창 앞에 서 있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영롱한 기운을 받은 듯한 소년은 반듯하고 잘생겼다.
햇살이 쏟아지자 그는 그림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빛나는 것 같았다.
고태준이 고개를 돌려 심유나를 바라봤다.
그 예쁜 눈은 너무도 맑았고 호기심이 가득했다. 시골에서 자신을 보던 남자들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역겨움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때 어린 심유나는 이게 바로 사람이 사는 모습이구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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