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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백하윤은 자동으로 끊겨버린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녀는 두 번째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계속 들려왔지만, 상대방은 끝내 받지 않았다. 백하윤은 미간을 찌푸렸고 표정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고태준이 어디에 있든, 얼마나 중요한 회의 중이든, 그는 늘 그녀의 전화를 빠르게 받았다. 설령 당장 통화가 어렵더라도 잠시 후에 다시 전화하겠다며 상황을 알려줬었는데 이렇게 무작정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은 없었다. 백하윤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었다. ‘심유나가 이혼하자고 하면 고태준은 더 멀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쩌다가 고태준의 마음이 다시 그쪽으로 끌려간 거지?’ 백하윤은 휴대폰을 침대 위로 던져 놓고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부산의 불빛은 눈부실 만큼 화려하게 번쩍였다. 생각은 어느새 몇 년 전으로 흘러가 버렸다. 백하윤이 고태준을 처음 본 곳은 아버지 서재였다. 그녀는 찻잔을 들고 다가가던 중, 창가에 서 있는 실루엣에 정신을 완전히 빼앗겼다. 길고 반듯한 몸, 곧은 자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이 강했다. 심장이 이유 없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백하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버지 제자분이신가요?” 남자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백하윤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윤곽이 깊고 입체적인 그 얼굴은 흠잡을 데 없이 잘생겼다. 날카로운 눈썹 아래 칠흑 같은 눈동자는 달빛이 비친 밤바다처럼 깊어서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그녀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그는 찻잔을 받아 들며 공손하지만, 선을 긋는 말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예의상 하는 말인데도 그 말은 마치 사람을 홀리는 주문처럼 그녀의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백하윤은 그를 본 첫 순간부터 이번 생은 반드시 이 남자여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 뒤로 고태준이 집에 올 때마다 백하윤은 온갖 핑계를 대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꺼내든 그는 그저 예의 있게 고개만 끄덕이고 짧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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