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지금에 와서야 겨우 아버지의 생명을 구해 준 은혜를 빌미로 고태준의 죄책감을 이용해 그의 삶에 비집고 들어왔다.
이 시점에서 절대 물거품이 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뜻하지 않게 생긴 아이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백하윤은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어, 고태준의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줌마,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
한편, 고태준은 별장으로 돌아왔다.
장희주는 이미 청소를 마치고 돌아간 뒤였다.
그는 불도 켜지 않은 채 현관에 서서 신발장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때 심유나가 신던 보송보송한 분홍색 실내화가 놓여 있었고 그의 검은색 가죽 슬리퍼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그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그 귀여운 실내화를 신고 달려와 까치발을 들고 그의 넥타이를 풀어 주고는 했다.
“오늘 많이 피곤했어요?”
애교 섞인 부드러운 그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순식간에 씻겨 내려갔다.
고태준은 외투를 벗어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던졌고 시선은 거실의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에는 한때 스킨답서스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심유나는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마른 잎은 잘라 주었다.
한 번은 그가 일찍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녀는 테이블 앞에 쪼그려 앉아 그 화분을 향해 혼잣말하고 있었다.
“너는 얼른얼른 자라야 해. 다 크면 태준 아빠 책상 위로 가서 내가 없는 동안에는 네가 대신 곁에 있어 줘.”
고태준은 그녀의 진지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풀떼기가 언제 내 자식이 됐어?”
심유나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며 그를 툭 쳤다.
“언제 들어왔어요?”
“방금.”
고태준은 턱을 그녀 어깨에 올린 채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나 기분이 안 좋아. 나도 달래줘.”
“거짓말. 지금 웃고 있잖아요.”
“이거 웃는 거 아니야. 네가 뽀뽀해 주면 웃을 거야.”
심유나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밀어냈다.
“집에 사람들 있잖아요.”
“남겨뒀다가 밤에 뽀뽀해 주려면 배로 받아야겠는데?”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