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이튿날 아침, 세강시엔 아직 옅은 물안개가 씌어 있었다.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청석으로 깔린 길 끝에 조용히 멈춰 섰다.
도현우는 잘 재단된 짙은 회색 슈트를 입은 채 돌다리 옆에 서 있었다.
등 뒤로는 세월이 묻은 옛 담장과 검은 기와가 늘어서 있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단정하고 냉정한 기품을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온화한 분위기와는 어딘가 어긋나면서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심유나와 강소현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그 장면이었다.
“현우 오빠.”
심유나가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이마에 옅은 땀이 맺혔다.
도현우가 몸을 돌렸다. 시선이 그녀의 담백한 얼굴에 잠시 머물렀지만 곧 자연스럽게 거두어졌다.
신사적이고 지나치지 않게 절제된 태도였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돼. 나도 방금 도착했어.”
그는 손목시계를 힐끗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심유나가 가볍게 웃었다.
“어디 가서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20분 뒤, 햇살이 카페의 나무 바닥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도현우는 맞은편에 앉아, 강소현이 밤새 급히 써 내려간 기획서를 넘기고 있었다. 길고 단정한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에 걸린 채, 이따금 가볍게 두 번씩 두드렸다.
심유나는 긴장한 듯 컵 속의 우유를 천천히 저으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유리창에 비친 남자의 짙은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금테 안경까지 쓰고 있어, 차분하면서도 단정한 인상이 더욱 또렷했고 시선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디어가 좋네요.”
도현우가 기획서를 덮으며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
“무형문화유산을 현대적인 미감과 결합한 접근은 지금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어요. 특히 유나가 말한 ‘운직’이라는 개념이 참 살아 있어요.”
강소현은 금방이라도 꼬리가 하늘로 솟을 듯한 표정이었다. 테이블 아래에서 무릎으로 심유나를 툭 치며, ‘내 말이 맞지?’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만.”
도현우가 말을 이었다.
“장인들이 세강시에 모여 있는 만큼, 품질 관리를 직접 하려면 이곳에 거점이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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