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하도겸은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사무실 문을 나서려는 순간, 소혜진과 소유준이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도겸아, 어디 가려던 거야?”
작은 손으로 종이컵을 힘겹게 들고 있는 소유준이 웃으며 말했다.
“삼촌, 사과하러 왔어요. 직접 커피 탔어요. 삼촌 이제 화 풀어요.”
그 옆에서 소혜진은 하도겸에게 바짝 붙으며 은근히 몸을 기댔다.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눈에 띄는 노출, 짙은 립스틱과 느끼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도겸아, 유준이가 진심으로 미안하대. 아직 한 번만 봐줘, 애잖아.”
그녀는 숨을 내쉬며 그의 어깨와 팔에 살며시 몸을 스쳤다. 말끝은 나른했고 눈빛은 의미심장했다.
“정말 별일도 아닌데 아직도 화났어? 오늘 하루 힘들었을 텐데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 응?”
하도겸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눈앞의 이 여자는, 예전에 자신이 알던 그 차분하고 도도했던 소혜진이 아니었다. 차라리 심예원이 나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심예원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자신에게 기대거나 들러붙은 적 없었다. 항상 조용하고 담담했고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 교육도 문제였다. 소유준은 아무리 봐도 은서만큼 사려 깊지도 않고, 조심성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별일도 아니라고? 이 일로 회사에 얼마나 큰 손해가 난 줄 알아?”
하도겸은 날이 서 있었다.
“도겸아, 너무 화내지 마. 유준이가 네 손에 직접 커피도 타다 줬어. 진짜 자기 잘못 반성하고 있어.”
소혜진이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준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두 사람은 똑같은 눈빛으로 하도겸을 바라봤다. 간절하고 애원하는 듯한 그 눈빛에 하도겸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심예원과 하은서 역시 늘 그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기에 낯설지 않았다.
“됐어. 다음부터 조심해.”
짜증 섞인 말투였지만 그의 태도는 한층 누그러져 있었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듯 그는 말을 줄였다.
“앞으론 아이 데리고 회사에 자주 오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
“얼른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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