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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호들갑 떨 필요 없어.” 나는 손을 들어 비서를 진정시키고 엄마에게도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그 ‘면책 동의서’를 비서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잘됐네. 이걸로 맞고소해. 고준혁과 백수아가 서명해 놓고 발뺌한 허위사실 유포, 고성 그룹의 권력 남용과 악의적 소송 모두. 돈을 원한다고? 우린 더 큰 금액으로 반고하자. 그리고 법원과 언론에 분명히 알려. 고준혁의 약물 성범죄 사건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가해자 집안이 벌써 피해자를 협박하고 있다고.” 그 뒤의 전개는 걷잡을 수 없었다. 고성 그룹의 변호사 내용증명은 조롱거리가 되었고, 오히려 사법기관의 더 강한 주목과 여론의 역풍만 불러왔다. 그 ‘면책 동의서’는 법정에서 결정적 증거가 되었고, 고준혁과 백수아의 태도는 판사에게 공개적 질타를 받았다. 반소가 접수되면서, 고성 그룹은 배상은커녕 천문학적 손해배상과 더 큰 신뢰도 위기에 직면했다. 보석으로 풀려나 있던 고준혁은 이미 멘탈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충혈된 눈, 일그러진 얼굴에는 한때의 의기양양함이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모든 걸 잃은 도박꾼처럼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허지원, 이 악독한 년. 네가 날 함정에 빠뜨려? 내 인생 전부를 망쳐놨어.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너 같은 속 깊고 잔인한 여자는 어떤 남자도 안 받아줘. 넌 평생 남자친구도 못 사귈 거야. 진심으로 사랑받을 자격도 없어. 너랑 엮이면 누구든 전부 망해. 돈이랑 회사 끌어안고 혼자 외롭게 늙어 죽어버려. 그게 네 업보야.” 그의 저주는 독하고도 유치하게 텅 빈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배는 이미 확연히 불러 있었다. 그의 광기 어린 외침을 다 듣고도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나를 노려볼 때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마음대로 생각해.” 나는 배를 쓰다듬었다. 어차피 우리 집의 ‘왕위’는 이미 계승자가 생겼으니까. 그 뒤로 백수아와 고준혁은 서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서로의 치부를 폭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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