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서둘러 손을 쓰다
원취옥은 성난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다만 그 웃음에는 쓸쓸함이 너무도 짙었다.
세월 내내 영용부인과 다툼에서 밀린 게 아니었다. 남자를 다툼 끝에 붙잡아 와야 한다면 그런 남자를 데려와 무엇에 쓰랴.
그 생각이야말로 뼛속까지 그릇되었다. 원취옥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리라 여겼고 진작에 하지연을 데리고 정승 가문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스스로 무너진 채 시간을 허비했고 그 끝에 딸을 잃었다. 원취옥도 영용부인도, 두 사람 모두가 살인자였다.
영용부인이 죽어 마땅하다면 원취옥 또한 살아 있을 까닭이 없다.
그렇기에 남은 목숨에 미련도 없었다. 지금의 하지연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보탤 수 있다면 설령 목숨을 내어놓으라 한들 주저하지 않으리라.
진령이 물러난 뒤 하 정승 댁 대부인은 사람을 시켜 원취옥을 내보내라 명했다. 그러나 하지연은 굳이 양 유모를 불러오라고 했다. 원취옥은 양 유모가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인은 더 밀어붙이지 않았고 곧장 사람을 보내 양 상궁을 불렀다.
양 상궁은 하지연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또 원취옥의 두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발견했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지만 하지연의 말대로 묵묵히 원취옥을 부축해 나갔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은 다시 하인을 물리고 정청에는 하종수와 연옥만 남게 했다.
대문이 닫히자, 바람에 흔들리던 등불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벽 위에 드리운 하지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여윈 그림자였으나 커다란 짐승처럼 보였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은 오래도록 하지연을 노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연아, 그동안 이 할머니가 너를 어떻게 대했느냐?”
등불 아래의 하 정승 댁 대부인의 얼굴은 한층 늙어 보였다. 눈가의 주름과 검은 반점들이 서로 겹쳐 마치 썩어가는 잎새가 말려든 소용돌이처럼 보였다.
하지연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무슨 생각입니까? 예전의 저는 대부인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허락받지 못했습니다. 남 앞에서는 물론이고 뒤에서도 그저 대부인이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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