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1화 그 아이는 너를 미워하고 있다
양 상궁이 천천히 걸어와 하지연 곁에 섰다.
“지연 아씨, 이 일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손에서 비롯된 일이지요.”
하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모두가 가슴속으로는 다 아는 일입니다.”
양 상궁은 하지연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전보다 더 침착하고 여유로우며 마치 모든 것을 이미 손에 넣은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연은 양 상궁이 본디 황후의 사람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그가 발걸음을 맞추는 까닭 역시 황후 때문이었다. 황후가 하혜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기에, 이번에 신분이 드러나면 하혜원은 더는 태자비가 될 수 없었다.
“마마님,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지요.”
하지연이 얼굴을 들었다. 눈빛은 아득하고 쓸쓸했다.
“아씨, 분부하십시오.”
양 상궁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단정했다.
“위패 하나 마련해 주시지요.”
하지연이 나직이 이르렀다.
“누구의 이름을 올리시렵니까?”
“하지연.”
세 글자가 차갑게 흘러나왔다.
양 상궁은 잠시 멈칫하며 놀란 눈길을 보냈다.
“지연 아씨...?”
하지연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스쳤으나 눈빛은 폭풍우 전의 하늘처럼 어두웠다.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것입니다. 세상은 사방이 칼날 같으니, 피붙이라도 내 목숨을 해치려 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위패를 세운다니, 양 상궁은 차마 믿기 어려웠다. 그것은 곧 스스로의 죽음을 부르는 일처럼 들렸다.
“지연 아씨, 그리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제 말대로 하시지요”
하지연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양 상궁은 잠시 망설이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연은 뜰의 금목서나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마마님, 저쪽은 지금 어떠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사람이 죽지 않았다면 복수라 할 수 없었다. 하지연은 영용부인과 하혜원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태자 독고수형과 손을 잡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바로 그 모녀였으니.
그리고, 하종수.
처음 이 몸으로 깨어났을 때부터, 귓가에는 날카로운 곡성이 맴돌았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