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감히 꿈도 꾸지 마라
이조판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금 태후마마께서는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으시고 또한 태자 전하를 세워 섭정하게 하지도 않으시면서 스스로 정사를 주재하시겠다는 말씀도 없으시니,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이대로 질질 끌다가는 도리어 남회왕 마마께 주도권을 빼앗길까 봐 두렵습니다.”
음울한 표정의 양 태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으나 눈빛이 차갑게 번뜩이는 걸 보아 이미 속으로 계산을 굴리는 듯했다.
그 무렵, 태후는 높은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남회왕을 바라보고 있었고 가슴 속에 그리움과 안쓰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일어나거라, 네가 어떻게 변했는지 이 어미가 직접 보아야겠다.”
남회왕은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꿇어앉아 태후의 무릎에 머리를 묻고 오열했다.
“저는 불효자입니다. 그동안 어마마마 곁에서 효도는커녕 오히려 근심만 끼쳐드렸습니다.”
그의 눈물이 태후의 치마자락을 적셨고 태후도 차마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홀로 저 남국에서 외롭게 떨어져 지냈으니, 네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꼬.”
“아닙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예전의 저는 젊고 혈기만 앞서 도리어 오만에 사로잡혔으니, 폐하께서 저를 남국으로 내치신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날마다 지난 잘못을 되새기며 반성했고 남국의 현자들과 교류하며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제 잘못이 참으로 크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다만 제가 남국에 머무는 동안 폐하께서...”
목이 메인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사내답지 않게 눈물을 쏟아냈다.
태후는 남회왕을 끌어안고는 가슴을 쥐어뜯듯 탄식했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었구나, 나라의 운명이 기울었어...”
황제가 병석에 눕고 독고용재가 섭정하다가 끝내 변을 당했으니, 나라 꼴이 이다지도 기구할 줄이야.
곁에서 지켜보던 손 내관이 나서서 말했다.
“태자 전하, 대비마마께서도 며칠 전에 심하게 다치신 데다가 섭정왕 마마의 일까지 겹쳐 심신이 상하셨습니다. 오래 버티지 못하실까 봐 두려우니 어서 가셔서 대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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